10/17 흰 구름을 사려고 맑은 바람을 팔았더니
백운매료매청풍(白雲買了賣淸風)
산진가사철골궁(散盡家私徹骨窮)
유득수간모초옥(留得數間茅草屋)
임별부여병정동(臨別付與丙丁童)
흰 구름을 사려고 맑은 바람을 팔았더니
살림살이가 바닥나서 뼈에 사무치게 궁색하네.
남은 건 두어 칸 띠로 얽은 집 하나뿐이니
세상을 떠나면서 그것마저 불 속에 던지노라.
석옥 청공(石屋 淸珙,1272~1352) 스님의 말씀입니다.
선인(禪人)의 마음이 극치에 이르면 이렇게 된다.
흰 구름이 좋아보여서 그 흰 구름을 사려고 맑은 바람을 팔았다.
가진 것이라고는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 줄기 맑은 바람뿐이었나보다.
그런데 그 바람은 이미 가버렸고 흰 구름마저 바람 따라 어디론가 흘러가 버렸다.
이것이 석옥 스님의 살림살이다.
그 살림살이가 실은 바닥이 나서 뼈에 사무치게 가난하다.
남은 건 두어 칸 띠로 얽은 집 하나뿐이라고 하였다.
그 집은 무엇인가.
불이 꺼지고 재가 식어 싸늘하게 된 듯한 아무 쓸모없는 깡마른 한 줌 육신이다.
그 육신 이제 이 세상 떠나니 그것마저 불 속에 던져버린다.
(무비 스님 해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