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0 용궁에 가득 찬 대장경이 모두 의사들의 약방문이요
용궁에 가득 찬 대장경이 모두 의사들의 약방문이요
학수에서 마지막에 설한 것도 그 이치가 깊지 못하네.
참되고 텅 빈 진리의 세계에서 겨우 한 생각 일으키면
이 염부제의 세계에서는 벌써 팔천년 세월이 지나가네.
龍宮滿藏醫方義 (용궁만장의방의)
鶴樹終談理未玄 (학수종담리미현)
眞淨界中纔一念 (진정계중재일념)
閻浮早已八千年 (염부조이팔천년)
∴ 십현담(十玄談) 5-2에서 동안 상찰 (?~961) 스님 말씀입니다.
불교에서 경전을 용궁만장 또는 용궁해장이라고 한다.
‘깨달음의 바다’라는 의미의 각해(覺海)라는 말도 쓴다.
경전의 말씀이 깨달음의 드넓은 바다에서 출현하였다는 뜻이다.
수많은 경전들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의사가 환자의 병에 따라 내리는 처방전으로.
팔만사천 번뇌를 다루는 팔만사천 가지의 치료법이다.
부처님은 열반시에 사라쌍수[鶴樹] 사이에서 마지막으로 설하셨다.
그 최후의 경전도 따로 깊거나 현묘하다고 할 수 없다.
시공간이 끊어진 진리의 세계.
그곳에서는 한 생각도 일으킬 수 없다.
한 생각을 일으키면 팔만사천 생각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는 그렇게 해서 존재한다.
염부제란 한 생각에 의해서 만들어진 모든 시간과 공간들이다.
한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의 자리로 돌아갈 줄 알아야 한다.
한 생각 일어나기 이전 자리야말로
궁극의 경지며 불생불멸의 본래 자리이다.
불교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늘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소승불교를 버리고 대승불교라는 새 옷으로.
대승불교마저 버리고 선불교로 발전한 것이 그렇다.
십현담 또한 선불교의 산물이다.
그러나 언젠간 또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리라.
(무비스님 해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