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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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하안거 결제법어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

작성자
hhhh
작성일
2023-06-05 00:37
조회
227
 

“수레를 횡으로 밀면 굴러 가게 할 수 없고


이치는 왜곡된 말로는 밝힐 수 없느니라”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벽산원각 스님)



<상당(上堂)하시어 주장자(柱杖子)를 세 번 치시고>

 

십세고금수시친(十世古今誰是親)이냐.

담연일물최위진(湛然一物最爲眞)이라.

엽화개락근유일(葉花開落根唯一)이요.

일월거래절왕환(日月去來絶往還)이로다.

 

십세 고금에 누가 가장 친한 인가.

맑고 고요한 한 물건이 가장 참되도다.

꽃피고 잎 지나 그 뿌리는 하나요.

해가 뜨고 달이 져도 가고 옴이 없구나.

 

대주혜해 스님은 건주 복건성 사람으로 성(姓)은 주(朱)씨이며 월주 절강성 대운사(大雲寺) 도지화상(道智和尙)에게 출가득도 하였다.

그 후 스님은 강서에 있는 마조 스님을 찾아가 뵈오니 마조 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월주 대운사에서 왔습니다."

“여기 와서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불법을 구하러 왔습니다."

"자기 집의 보배창고는 살피지 아니하고 집을 떠나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나에게 한 물건도 없는데 어떤 불법을 구하려 하는가?"

그러자 혜해 스님이 절을 하고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혜해자신의 보배 창고입니까?"

“지금 나에게 묻고 있는 것, 물을 줄 아는 그 놈이 너의 보배 창고이다. 일체가 구족하여 조금도 모자람이 없고 사용이 자재 한데 어찌하여 밖에서 구하려 하는가."

이 말 끝에 혜해 스님은 크게 깨쳐서 자기의 본래 마음을 깨달았는데 그것이 지적인 이해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스님은 뛸 듯이 기뻐서 절을 올려 감사를 드리고 6년 동안 마조 스님을 시봉하였습니다.

대주혜해 스님은 깨닫고 나서 '돈오입도요문론'을 직접 쓰시고 마조 스님이 그 논을 읽고 인가하신 중요한 책입니다. '돈오입도요문론(頓悟入道要門論)'에

 

인욕제일도(忍辱第一道)다.

선수제아인(先須除我人)하라.

사래무소수(事來無所受)하면

즉진보리신(卽眞菩提身)이로다.

 

참는 것이 제일가는 도다.

먼저 나다 너다 하는 것을 벗어나서

일이 와도 받는 바가 없으면

곧 보리의 몸. 부처이니라.

 

묘도(妙道)는 당당(堂堂)하여 취부득(取不得) 사부득(捨不得)하니.

불가득중(不可得中)에 지마득(只麿得)이로다.

묘도는 당당하여 취할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음이라.

얻을 것이 없는 가운데 이렇게 얻음이로다.

임제 스님께서 황벽 스님 회상에서 지낼 때 한결 같이 정진하므로 수좌 목주 스님이 "비록 후배이기는 하나 대중과는 다른데 가 있다.”고 찬탄하고 물었다.

"스님은 여기서 정진한지 얼마나 되는가?"

“3년 됩니다.”

"이때까지 조실스님께 법에 대해 물은 적이 있느냐?"

“한 번도 없습니다. 무엇이라고 물어야 될지 몰라서 못 물었습 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라도 가서 불법의 바른 뜻이 어떤 것이냐고 물어 보아라.”

스님은 바로 가서 물었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벽 스님은 대뜸 후려쳤다.

스님이 내려오자 수좌스님께서

“법을 물으러 갔던 일은 어찌 되었는가?"

“묻는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조실스님께서 바로 후려갈기시니 저는 왜 맞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번 더 가서 물어 보아라.”

다시 가서 물으니 황벽 스님은 또 때렸다.

이렇게 하여 세 번 묻고 세 번다 얻어맞은 것이다.

"친절하게 인도를 받아 조실스님에게 묻는 기회를 얻었습니다만 세 번을 물어 세 번을 다 맞았습니다. 인연이 아직 익지않 아서 인지 저는 그 종지를 깨달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을 떠나야겠습니다.”

“그러면 할 수 없지. 하지만 가더라도 조실스님께 허락을 받고 가거라."

수좌스님은 한 발 먼저 조실스님께 와서

“조금 전에 스님에게 찾아온 납자는 대단히 성실합니다. 만약 작별 인사를 하러 오거든 잘 지도해서 보내 주십시오. 그는 잘만 가르치면 장래 한 그루 큰 나무가 되어 천하의 사람들을 위해 시원한 그늘이 되어 줄 것입니다.”

임제가 조실스님께 작별 인사를 하러가니

“너는 아무데나 네 마음대로 가서는 안 된다. 고안의 대우 화상을 찾아 가거라. 대우 화상은 너를 위해 꼭 유익한 법문을해 줄 것이다.”라고 했다.

임제는 대우 선사를 찾아 갔다.

"어디서 왔는가?”

"황벽 스님 회상에서 왔습니다.”

“황벽 스님은 어떻게 너를 지도하더냐.”

“저는 세 번이나 불법에 대한 근본 뜻을 물었건만 세 번 매만 죽도록 맞았습니다. 저에게 어떤 허물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황벽 스님이 그토록 간절한 노파심으로 너한테 일러 주었는데 다시 여기까지 와서 허물이 있고 없고를 묻느냐?"

임제 스님은 이 말 끝에 크게 깨치고 말하였다.

"황벽 스님의 불법이 원래 별것이 아니로군.”

대우 화상은 갑자기 임제 스님의 멱살을 움켜잡고 흔들며 말했다.

“이 오줌싸개야! 이제 금방 저에게 무슨 허물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우는 소리를 하던 주제에 뭐! 황벽 스님의 법이 별것 아니라고 큰 소리를 쳐! 대체 무엇을 알았기에 그러느냐! 어디 한 번 일러 보아라.”하고 윽박질렀다.

임제 스님은 대우 화상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세 번 쿡쿡 쥐어박았다. 대우 스님은 슬그머니 잡았던 손을 놓으면서

“너를 그렇게 만든 것은 황벽 화상이다.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하고 인가를 하였습니다.

 

도득야삼십방(道得也道得三)이요.

도부득야삼십방(道不得也三十棒)이로다.

탄지원성팔만문(彈指圓成八萬門)이요.

찰나멸각삼지겁(刹那滅却三祇劫)이니라.

 

일러도 삼십 방이요.

이르지 못해도 삼십 방이라.

손가락 튕기는 사이 뚜렷이 팔만법문 성취하고

찰나 간에 삼아승지겁의 업장을 없애느니라.

 

하안거 결제가 되었습니다. 해인총림은 정진하기가 좋은 도량입니다. 옛날 스님들은 대중 처소는 대중이 절반 공부를 시켜준다 하시고 정진 분위기를 중요시 했습니다. 정진 분위기를 흩트리는 것을 아주 경계했습니다. 이번 하안거 결제기간 애써 정진해서 우리 모두 공부를 성취해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합시다.

 

거불횡추(車不橫推)요.

이무곡단(理無曲斷)이로다.

수레를 횡으로 밀면 굴러 가게 할 수 없고

이치는 왜곡된 말로는 밝힐 수 없느니라.

 

<주장자(柱杖子)를 한 번 치시고 하좌(下座)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