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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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수다원이 되자 (김성철)

작성자
hhhh
작성일
2024-02-18 16:13
조회
107

우리 모두 수다원이 되자


동국대학교 WISE  김성철 교수


『아함경』과 같은 초기불전에서는 불교의 성자를 네 단계로 구분한다. 수다원과 사다함과 아나함과 아라한이 그것이다. 번뇌를 끊은 정도에 따라 성자들의 지위가 달라진다.

예류(豫流), 또는 입류(入流)라고 한역되는 수다원은 이런 네 단계의 성자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의 성자로 ‘흐름에 들어간 분’이란 의미인데, 예를 들어 갠지스 강에 들어갈 경우 그 흐름을 타고서 언젠가 반드시 바다에 이르게 되듯이, 수다원의 경지를 체득할 경우 내생에 많아야 일곱 번을 윤회한 다음에, ‘욕망에서 벗어난 하늘나라’인 색계천(色界天)에 태어나 정진하여 아라한이 된다고 한다. 일래(一來)라고 번역되는 사다함이 될 경우 내생에 남녀의 성(性)이 있는 이런 욕망의 세계(欲界)에 단 한 번만 태어나며 그 이후에는 색계천에 태어나 아라한이 된다고 한다. 불환(不還)이라고 번역되는 아나함의 지위에 오를 경우, 내생에 곧바로 색계천에 태어나 반드시 아라한도를 성취한다고 한다. 그리고 탐욕, 분노, 교만, 어리석음 등의 온갖 번뇌를 완전히 끊으면 현생에 아라한이 된다고 한다.

아나함이나 아라한이 되는 것은 성적(性的)인 욕망에서 완전히 벗어난 전문 수행자에게나 가능한 길이다. 세속에 대한 욕망을 거의 끊었기에 내생에 한 번만 욕계에 태어난다는 사다함 역시 아무나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또 우리가 최고의 성자인 아라한만을 불교수행의 목표로 삼을 경우 그 지난(至難)함으로 인해 중도에 수행을 단념하기 쉽다. 그러나 그 목표를 수다원으로 낮출 경우 수행의 길은 보다 쉬워진다. 또 깨달음이 보장된 불퇴전(不退轉)의 단계이기에 우리는 안심할 수 있다. 수다원의 길은 출가자는 물론이고 결혼생활을 하는 재가불자에게도 열려 있다.

『아함경』에서는, ‘내가 존재한다는 착각’과 ‘잘못된 종교관’과 ‘불교에 대한 의심’이라는 세 가지 번뇌만 끊으면 수다원이 된다고 가르친다. 풀어서 말하면 무아의 이치를 체득하여 이타심이 넘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진정한 믿음을 갖고 사는 사람이 바로 수다원이란 말이다. 이렇게 수다원을 목표로 삼을 때, 지고지난했던 불교수행의 길은 현실감을 되찾게 되고 불자들의 삶은 보다 편안해진다. 무아를 체득한 수다원은 이기심에서 벗어나 있기에 평생을 공심(公心)으로 살아간다. 또, 불교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갖고 있기에 언제 어디서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한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 이런 수다원들이 이미 많이 계신지도 모른다. 그 분은 항상 봉사활동에 앞장서는 우리의 제자일 수도 있고, 불심 깊은 동네 가게 아저씨일 수도 있고, 팔목에 염주를 두른 용역회사 직원일 수도 있을 것이다.

(김성철 교수님은 동국대 WISE에서 2023년 2월에 정년 퇴임을 하시고 같은 해 11월 23일에 심장마비로 별세하셨습니다. 걸출한 불교학자 한 분이 너무나 일찍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