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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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과학이다

작성자
hhhh
작성일
2018-11-15 11:08
조회
710

“물리학의 양자역학과 불교 중도이론 놀랄만큼 닮았어요”


 

김성구 이화여대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2004년 만 59살에 ‘22년 강단 생활’을 떠나 경남 함양에 사찰 약천사를 창건했다. 같은 대학 의류직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아내 조진숙 명예교수도 함께 퇴직하려 했으나 사찰 건립으로 빚을 지는 바람에 퇴직을 6년 뒤로 늦췄다. 김 교수는 퇴직 뒤 동국대 불교학과에 학사편입해 2009년 석사까지 땄다.

법당과 선방, 주거건물, 요사채로 된 약천사는 기도와 축원 대신 강의와 수행 중심으로 운영된다. 4년 전엔 사찰 부설 불교과학아카데미를 세워 현재 3기(3년 과정) 수련생을 교육하고 있다. 강의는 김 교수가 하고 아내는 강의의 틀을 잡아준다고 했다. 김 교수는 퇴임 뒤 본격 시작한 불교 공부로 세 권의 책(공저 2권)을 냈다. 지난 4월 펴낸 <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불광출판사)는 최근 2판을 찍었다. 13일 서울 청담역 근처 한 카페에서 저자를 만났다.

김 교수는 퇴임을 앞둔 2004년 7월 아내와 함께 대입 학원을 4개월 가량 다녔다. 부부가 같이 퇴직해 동국대 불교학과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석사나 박사 입학도 가능했지만 학부를 생각한 것은 불교의 기초부터 공부하고 싶어서였다. 결국 김 교수는 학사 편입의 길을 찾아 불교학에 입문했으나 아내는 퇴직 시기를 늦추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사찰은 지리산과 덕유산이 만나는 자락에 있다. 조기 은퇴해 수행의 삶을 꿈꾸던 부부가 절까지 지은 사연이 궁금했다. “수행을 위해 절에 의탁하거나 폐찰을 사는 것도 생각했어요. 마침 화엄사의 어떤 스님이 저에게 ‘나이도 꽤 됐으니 이제 교수 그만 두고 절을 지으면 어떻겠소’ 그러더군요. 그 제안에 끌렸죠.”

김 교수는 대학 2학년 때 불교 경전 <수능엄경>을 만나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단다. “매우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종교란 느낌을 받았죠. 대학원 시절엔 자주 도선사를 찾아 청담 스님 법문을 듣기도 했어요. 아내는 독실한 원불교 집안 출신이죠. 저도 10년간 원불교 교도로 지내기도 했어요.”

사찰을 지을 때 김 교수의 서울대 물리학과 동기인 소광섭 서울대 물리교육과 명예교수도 뜻을 모아 경내에 대중강의를 위한 명륜당을 세웠으나 지금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소 교수가 그 뒤로 경락 연구에 몰두하면서 시간을 낼 수 없었어요. 명륜당은 제가 넘겨 받았죠.”

지난달 시작한 불교과학아카데미 3기 과정엔 모두 26명이 등록했다. 매달 한번 1박2일 일정으로 교육을 한다.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좌선과 강의, 토론, 영화상영, 예불 등이 이어진다. 재작년 시작한 2기(2년 과정)는 서울에서도 강의를 했지만 3기 교육은 약천사에서만 한다. 수행이 빠진 강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다.

수행자의 사찰 경영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받았다. “절에 들어가 수행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어요. 등록된 사찰이라 아무래도 강의 참여자의 마음 자세가 다르겠죠. 대웅전에서 예불도 하고 좌선도 하니까요. 형식이 틀을 잡아주죠. 강의를 하는 저도 경건해지고요.”

이론물리학 박사인 김 교수가 보는 불교의 매력은? “불교의 선법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팔정도(석가모니가 말한 열반의 길)는 사람이 사는 법을 바르게 가르칩니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철학과 종교가 나왔어요. 4대 성인의 공통점은 바른 마음 갖고 바른 말을 하고 바르게 살아간 것이죠. 인의예지가 공통 가르침입니다. 불교는 여기에 생사의 문제와 우주운행의 원리까지 설명해요. 불교의 연기법은 정말 진리입니다.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론, 진화론, 복잡계 이론, 정보 이론 등 현대 과학이론이 연기법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기독교는 이 모든 것의 원인이 신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좋아요. 훌륭한 신앙이죠. 하지만 저한테는 연기법이 진리입니다.”

‘종교와 과학은 수레의 두 바퀴다. 미래의 종교는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과학자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가 책에서 강조한 아인슈타인의 생각이다. 김 교수의 최근 저술은 왜 불교가 아인슈타인이 말한 ‘미래의 종교’ 1순위 후보인지를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가 보기에 양자역학과 불교의 중도이론은 놀랄만큼 닮았다. 그는 붓다가 말한 중도를 상대성원리와 조화의 원리, 불이의 원리로 분류한 뒤 이 셋이 양자역학의 물질관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양자역학 공부로 불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도 한다. “원자가 양립하기 어렵다고 본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거나 소립자와 같은 미시세계 상태가 중첩되는 있는 모습은 ‘존재와 비존재의 구분을 떠난다’는 중도 원리와 맞아떨어집니다. 현대물리학이 존재가 아니라 사건을 중심에 두는 것도 불교의 무아론(과정으로서 자아)과 일치해요.”

이런 말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진리를 찾는 것은 이성적 사유가 아니라 종교적 감정’이라고 했어요. 이성적 사유로 도달할 수 있는 진리가 분명 있어요. 하지만 그 진리는 궁극적 진리일 수 없어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보면 어떤 공리체계든 그 체계만으로 진리를 판별할 수 없는 명제가 꼭 하나 있어요. 또 어떤 공리체계가 완전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선 더 큰 공리체계가 필요하다고 해요. 이건 수학이지만 과학에도 적용된다고 봐야죠. 진리 판별이 안 되는 그 명제의 진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직관입니다. 바로 종교적 감정이죠.”

‘종교적 감정’이 속세에서 공부의 성취로 이어진 예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꼽았다. “잡스는 명상 수행을 하면 마음이 가라앉아 전에 모르던 세계가 보인다고 했어요.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줄여 평화로운 생활을 하는 것에 더해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었다는 것이죠. 구글을 키운 개발자 차드 멍 탄은 내면명상 프로그램까지 만들었죠. 실리콘 밸리에선 마음 공부가 대세입니다.”

그는 바른 앎이 있어야 행복에 이른다는 말도 했다. “계가 없으면 바른 앎에 이를 수 없어요. 계는 윤리 도덕적으로 올바른 생활을 말하죠. 윤리 도덕이 없으면 마음의 안정이 안 됩니다. 맑은 마음이 없으면 지혜가 싹트지 않아요. 마음이 흔들리면 진리를 왜곡시키죠. 이성적 사유로 도달할 수 없는 진리에 이르려면 마음이 맑아야 합니다. 그래야 직관적 지혜를 기를 수 있죠.”

김 교수는 14년 전 대입학원을 다닐 때를 떠올렸다.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학원에서) 시험 잘 치르는 법만 가르치더군요. 우리 교육은 공부가 아닙니다. 시험을 잘 보면 모든 게 용서가 됩니다. 행동이 거칠고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아도요. 이런 아이들이 자라면 행복할까요. 교육의 기본을 가르친 뒤 생각하는 힘을 길러줘야죠. 학교에서 먼저 남들과 평화롭게 지내고 남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시키는 글을 써보게 했으면 좋겠어요.”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수행법 하나를 추천한다면? “가장 쉬운 게 호흡 수련이죠. 통제하는 호흡이 아니라 자연스런 호흡입니다. 호흡을 10번 한 뒤 조금 쉬고 다시 반복합니다. 이걸 아침 저녁으로 10분 동안 하는 거죠. 호흡이 거칠거나 느려도 내버려두고, 내 호흡이 그렇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됩니다.”

그는 요즘 <금강경>을 현대과학적으로 풀이한 글을 틈틈이 쓰고 있다고 했다. 수원에 있는 집엔 한달에 한 번 들린다. “보통 금요일에 수원에 와서 토요일은 과학사상연구회 독회 모임에 가고 일요일엔 제 강의 수강자 가운데 불교 과학을 연구하는 이들과 만나 토론을 합니다.”

과학계가 불교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에 대해 물었다. “쿼크 모델의 창안자인 머리 겔만(196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교수는 ‘단순계는 불교의 인과법이고 복잡계는 불교의 연기법이다’고 했죠. 불교에 흥미를 느낀 과학자들이 많아요. 미국의 산타 크루즈 캘리포니아 대학은 ‘물리학과 의식의 만남’에 대한 교양강좌도 열였어요. 특히 뇌과학자 중 불교에 흥미를 느낀 분들이 많아요. 국내는 물리학자인 서강대 박영재 교수와 고려대 양형진 교수가 좌선 모임을 이끌거나 불교 강의를 하고 있죠.”

요즘 불교계의 실망스런 모습을 들추자 김 교수는 “나쁜 일이 있으면 계를 더 지켜야 한다는 자각이 싹틀 것”이라고 받았다. ‘인생의 책’이 뭐냐는 질문에 <법구경>을 꼽았다. “아침 저녁마다 5분씩이라도 읽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한겨레신문 2018.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