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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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주 : 4/5 영혼의 모음(母音) - 어린 왕자에게 보내는 편지 (법정스님)

작성자
hhhh
작성일
2022-01-01 18:47
조회
526
 

영혼의 모음(母音)


어린 왕자에게 보내는 편지



너는 이런 말도 했지. “사람들은 특급열차를 잡아타지만, 무얼 찾아가는지를 몰라.” 그렇다. 현대인은 바쁘게 살고 있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밀리고 돈에 추격당하면서도 정신없이 산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피로회복제를 마셔가며 그저 바쁘게만 뛰어다니려고 한다.

전혀 길들일 줄을 모른다. 그래서 한 정원에 몇 천 그루의 꽃을 가꾸면서도 자기네들이 찾는 걸 거기서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거다. 그것은 단 한 송이의 꽃이나 한 모금의 물에서도 얻어질 수 있는 것인데.

너는 또 이렇게 말했지. “그저 아이들만이 자기네들이 찾는 게 무언지를 알고 있어. 아이들은 헝겊으로 만든 인형 하나 때문에도 시간을 허비하고, 그래서 그 인형이 아주 중요한 것이 돼버려. 그러니까 누가 그걸 뺏으면 우는 거야…."

어린 왕자! 너는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더구나. 이 육신을 묵은 허물로 비유하면서 죽음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더구나.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삶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요,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더라. 그렇다, 이 우주의 근원을 넘나드는 사람에겐 죽음 같은 게 아무것도 아니야.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이니까.

어린 왕자, 너의 실체는 그 묵은 허물 같은 것이 아닐 거야. 그건 낡은 옷이니까. 옷이 낡으면 새 옷으로 갈아입듯이 우리들의 육신도 그럴 거다. 그리고 네가 살던 별나라로 돌아가려면 사실 그 몸뚱이를 가지고 가기에는 거추장스러울 거다.

“그건 내버린 묵은 허물 같을 거야. 묵은 허물, 그건 슬프지 않아. 이봐 아저씨, 그건 아득할 거야. 나도 별들을 쳐다볼래. 모든 별들이 녹슨 도르래 달린 우물이 될 거야. 모든 별들이 내게 물을 마시게 해줄 거야…….”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