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5 사람마다 한 권의 경전이 있는데..
사람마다 한 권의 경전이 있는데
그것은 종이나 활자로 된 게 아니다
펼쳐보아도 한 글자 없지만
항상 환한 빛을 발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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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有一卷經 (아유일권경)
不因紙墨成 (불인지묵성)
展開無一字 (전개무일자)
常放大光明 (상방대광명)
∴ 채근담의 말씀입니다.
일상의 우리들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에 잡히는 것으로써만 인식하려고 한다.
그러나 실체는 저 침묵처럼
보이지도 들리지도 잡히지도 않는 데에 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허심탄회한 그 마음에서도
큰 광명이 발해진다는 말이다
참선을 하는 선원에서는 선실 안팎에
'묵언[默言]'이라고 쓴 표지가 있다.
말을 말자는 것.
말로 인해 서로가 정진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집단생활엔 시와 비를 가리는 일이 있다.
시비를 따지다 보면 집중을 할 수 없다.
선은 순수한 집중인 동시에 철저한 자기 응시이다.
그래야 삼매 (三昧)의 경지에 들 수 있다.
말은 의사소통의 구실을 하지만 때로는
불필요한 잡음의 역기능도 하고 있다.
구시화문 (口是禍文)
입을 가리켜 재앙의 문이라고 한 것도
그 역기능인 면을 지적한 것이다.
선승들은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묵언을 지키고 있다.
침묵이라는 여과 과정을 거쳐
오로지 '참말'만을 하기 위해서다.
(법정스님 해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