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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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새해 소망 (이미령님의 "붓다의 동네에 이웃이 되려면"을 읽고)

작성자
hhhh
작성일
2020-12-27 11:14
조회
38


붓다의 동네에 이웃이 되려면


[불교신문]  이미령



어느 결엔가 대한민국의 집은 가족들의 일생이 오롯하게 들어앉은 공간이 아니라 돈벌이와 투기를 위한 상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디에 사시느냐는 질문에 “○○동”이라고 답하면 그 순간 그 사람의 인적사항과 재정상태,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까지도 엿보이는 것이 요즘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아파트마저도 브랜드를 따지는 요즘, 하지만 좀 산다는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건물 주소는 그렇다 치고 마음자리의 주소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혹시 석가모니 부처님은 어느 동네에 사시는 줄 아십니까? 붓다는 훗날 팔면 목돈이 될까 해서라거나 남들한테 이만한 동네에서 산다고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군의 무리를 두려워 떨게 하고, 제자들을 기쁘게 해서 갖가지 선정에 들게 하고자 어딘가에 머무신다”고 <대지도론>에서 밝히고 있는 걸 보면 분명 대치동이나 청담동에 머무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땅값이 너무 비싸고 세태와 유행에 너무 민감해서 부처님이 당신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그곳에 거주하기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지 싶기 때문입니다.

경전에서 말하는 상류층에 세 부류가 있습니다. 하늘의 신, 범천, 성자입니다. “좀 산다”는 이들 세 부류의 동네는 어디인지, 그리고 그곳에 살려면 뭘 갖춰야 하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 먼저 하늘의 신의 거주지(天住)입니다. 여기에는 사왕천, 삼십삼천, 야마천, 도솔천, 화락천, 타화자재천의 여섯 동네(욕계의 여섯 하늘)가 있습니다.

이 여섯 동네에서 살고 싶으면 딱 세 가지만 준비하면 됩니다. 그건 바로 보시와 5계와 착한 마음입니다. 착한 생각으로 행동이나 말을 착하게 하면 하늘에 태어나는데, 이 착한 행동(선업)의 대표적인 것이 보시와 지계 이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조금 더 상류층이 기거하는 동네가 있으니 범천의 거주지(梵住)입니다. 범천은 본래 인도에서 세상을 창조한 신의 이름 또는 세계의 근본적인 원리를 가리키는 이름이며, 신성한 것, 청정한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불교경전에서는 불법을 수호하는 신으로 묘사되고 욕계의 여섯 하늘보다 수준 높은 경지인 색계와 무색계이자 선정의 경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미묘한 물질의 세계인 색계에는 가장 낮은 범중천(梵衆天)을 비롯해서 유정천(有頂天)에 이르기까지 모두 18개 경지가 있고, 물질을 떠난 세계인 무색계에도 공무변처, 식무변처, 무소유처, 비상비비상처의 네 경지가 있습니다.

이런 곳에 머물고 싶다면 딱 네 가지 조건만 갖추면 됩니다. 즉 다른 이를 향한 우정 어린 마음().상대의 슬픔에 대해 한 없이 슬퍼하는 마음().상대의 행복에 대해 한 없이 기뻐하는 마음().그러나 그에 휘둘리지 않는 담담한 마음()입니다. 이 네 가지 마음을 사무량심 또는 4범주(梵住, 브라흐마 비하라)라고도 합니다.

♦ 마지막으로 제일 좋은 거주지가 바로 성자의 거주지(聖住)이며, 이 동네에 사는 분은 아라한이나 벽지불 그리고 부처님입니다. 세 가지 삼매 즉 공(空).무상(無相).무작(無作) 삼매를 갖추면 이 주소지에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자의 거주지에 살고 있는 부처님을 떼어 부처의 거주지(佛住)를 따로 설정하기도 합니다. 이 동네에 살고 싶다면 갖춰야 할 조건들이 조금 많습니다.

얼추 필요한 자격들을 늘어놓는다면, 수능엄삼매와 같은 부처의 한량없는 삼매와 열 가지 지혜의 힘(十力), 네 가지 자신감(四無所畏)과 붓다만이 지니고 있는 18가지 원리(18不共法), 그리고 모든 것을 아는 지혜와 8만4000가지 법이 담겨 있는 창고와 사람들에게 끝도 없이 바른 길을 알려줄 법문입니다.(대지도론 제3권)

이왕 살려면 부처님과 한 동네에 주소를 두는 게 어떨까 합니다. 이 세상이 요구하는 스펙을 다 갖추려면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붓다의 거주지에 살기 위한 입주조건은 지금부터라도 내가 하나씩 준비하기에 충분합니다. 이 동네에서 우리 모두 이웃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