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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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주 : 찾아가서 베풀어야 한다.

작성자
hhhh
작성일
2023-05-30 20:37
조회
252
 

얼마 전 한 불자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서울의 지하철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오후쯤 되면 출퇴근 시간이 아니어서 지하철이 덜 붐빈다고 합니다. 어느 날 한 시각장애인 여인이 한 손에는 돈 바구니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더듬거리며 차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여인은 구걸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 출입문 쪽 기둥을 꼭 붙잡은 채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녀에게 돈을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불자인 자기 자신도 그렇고, 그 열차 칸에 있던 두 분 수녀님도 그렇고, 모두가 못 본 척 시선을 외면했습니다. 흔히 있는 일입니다. 아마 저 자신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이때 휠체어를 탄 하반신 장애인이 그 칸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는 출입문 쪽 기둥을 붙잡고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그 시각장애인 곁을 지나면서, 자기 무릎 위에 있던 돈통에서 동전을 집어서 그 여인의 바구니에 넣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모두가 모른 체하는데, 하반신 불구의 장애인이 자기가 구걸 한 돈통에서 동전을 집어서 그 시각장애인 여인의 바구니에 넣어주고 지나가더랍니다.

‘내 앞에 오면 주어야지.’ 하고 생각했던 불자는 이 광경을 보고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나 자신이 진짜 장애인이로구나.’하고 스스로 한탄했다고 합니다. 서로 불행한 처지이지만, 동전 한 닢이라도 나누어 가지려는 그의 마음이, 신체장애와는 상관없이 건강한 사람으로 보이더랍니다.

이런 일은 우리가 늘 겪는 일입니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개체가 전체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여기에 있습니다. 조화와 균형의 비밀이 이런 곳에 있습니다. 베풀 때가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말아야 합니다. 찾아가서 베풀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