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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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주 : 서둘러 난로에 장작을 지펴 잠든 집을 깨웠다 (법정스님)

작성자
hhhh
작성일
2022-12-26 23:19
조회
260
 

지난 동안거 결젯날, 절에서 늦게까지 일을 보고 내 거처로 돌아올 때였다.

오전에 비가 내렸다가 오후에는 개었는데, 경기도를 벗어나 강원도 접경에 들어서자 예전 표현으로 맷방석만 한 보름달이 떠올랐다. 보름달을 안고 돌아오는 길이 너무 충만해 마치 달을 향해 우주비행을 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늦은 시간이 아니었더라면 그와 같은 환상적인 우주비행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날의 피곤이 말끔히 가실 만큼 산뜻한 귀로였다.

늦은 시간에 돌아오니 적막강산에도 달빛이 철철 넘치고 있었다. 뜰은 달빛으로 인해 눈이 하얗게 쌓여 있는 것 같았다. 서둘러 난로에 장작을 지펴 잠든 집을 깨웠다.

이 넓은 세상에서 내 몸 하나 기댈 곳을 찾아 이런 산중에까지 찾아드는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이 또한 내가 일찍부터 익힌 업이 아닐까 싶다.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