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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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주 : 나물 뿌리를 씹어 먹을 수 있다면 백 가지 일을 이룰 수 있다 (법정스님)

작성자
hhhh
작성일
2022-12-26 23:14
조회
222
 

얼마 전에 장에서 무를 한 배낭 가득 사 왔다. 그때 그 무게가 아직도 내 왼쪽 어깻죽지에 남아 있다.

개울물에 씻어서 물기를 말린 뒤 난롯가에 앉아서 삭둑삭둑 썰 때 울리는 도마질 소리가 잔칫집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았다.

산중에서 벌어지는 겨울 잔치. 말린 무를 바구니에 담아 두고 필요할 때 꺼내어 한 단지씩 채워 진간장을 부어 놓는다. 가끔 작은 주걱으로 뒤적여 간장이 고루 배어들도록 해야 한다. 간장이 충분히 배어들지 않으면 질기다. 꺼내 먹을 때 고춧가루와 참기름과 깨소금 그리고 입맛에 따라 설탕을 조금만 치거나 치지 않아도 된다.

무말랭이는 조근조근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나처럼 성질이 급한 사람도 무말랭이 먹을 때만은 천천히 씹어 그 특유한 맛을 음미한다.

송나라 때의 왕신민이란 학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이 항상 나물 뿌리를 씹어 먹을 수 있다면 백 가지 일을 이룰 수 있다’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