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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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큰 깨우침 (홍사성)

작성자
hhhh
작성일
2021-03-03 23:24
조회
805
 

노천성당


글쓴이 : 홍사성

오스트리아 빈은 음악의 도시다. 모차르트가 살았다는 모차르트 하우스를 비롯해, 중앙묘원의 음악가 묘역(musiker)에는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 스트라우스 등이 잠들어 있다. 매년 정초에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리는 신년음악회는 세계 90여 개국에 중계된다. 도시에는 쇨브론 궁전을 중심으로 각 시대를 대표하는 석조건물들이 즐비하다.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은 이 도시의 고전적 아름다움을 보기위해 찾아온다.

빈은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지만 한때 전염병 때문에 공포에 떨었다. 유럽은 14세기 이후 몇 차례 페스트가 창궐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빈의 경우 1679년에 유행한 흑사병 때문에 1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의료지식이 부족했던 시대여서 사람들은 전염병을 신의 형벌이라고 믿었다. 신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용서를 비는 기도에 매달렸다. 그러나 성당은 안전한 피신처가 아니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페스트에 감염되어 요단강을 건너갔다.

황제 레오폴트 1세는 빈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사람들도 황제를 따라 빈을 떠났다. 일종의 ‘사회적 거리두기’였다. 그제야 사태가 진정되었다. 빈으로 귀환한 황제는 슈테판 성당 앞 광장에 신에게 바치는 기념탑을 세웠다. 탑 상단에는 성삼위일체를 나타내는 조형물을 설치했다.

규모는 작지만 똑 같은 탑은 호수마을 할슈타트에도 있다. 신성 로마제국의 영토였던 체코 헝가리 등 유럽의 여러 도시 곳곳에도 같은 탑들이 있다. 명칭은 ‘페스트 퇴치기념탑’이지만 사실은 노천성당이다. 전염병이 번질 경우 거리두기를 하며 종교생활을 하라는 것이다.

빈의 페스트 퇴치기념탑은 코로나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큰 깨우침을 준다. 모든 전염병은 거리두기가 가장 강력한 퇴치방법이다. 종교인이 계율을 지키듯 모든 사람이 방역수칙을 지키는 것만이 최고의 백신이다. 불교는 정견(正見)과 이성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살아갈 것을 가르치는 종교다.

[불교신문 : 2020.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