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홀로 사는 나를 받쳐 주는 저력이 있다면 장경각 법보전에서 조석으로 기도하던 그 힘이라고 생각된다.
큰 법당에서 대중 예불이 끝난 후 혼자 장경각에 올라가 백팔 배를 드리면서 기도하는 일로 그 날의 정신적인 양식을 마련했었다.
기도는 꾸준히 지속하는 그 정진력에 의미가 있다. 어쩌다 도중에 한두 번 거르게 되면 기도의 리듬이 깨뜨러지기 때문에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법보전 주련에는 지금도 이런 법문이 걸려 있다.
부처님 계신 곳이 어디인가
(圓覺道場何處)
지금 그대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
(現今生死卽是)
이 주련을 대할 때마다 내 마음에 전율 같은 것이 흘렀다. 종교의 본질이 무엇이고 그 설 자리가 어디인가를 소리 높이 외치고 있었다.
팔만대장경판이 모셔진 그곳에서 큰 소리로 들려오는 가르침은 지금 그대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를 떠나 따로 어디서 찾지 말라는 것이다.
종교만이 아니라 우리들 삶도 바로 지금 이 자리를 떠나서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지 다른 시절이 있지 않다.
(現今卽是 更無時節)"
임제 선사의 가르침도 같은 뜻이다.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