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마음 창고에 지난 삶의 흔적 씨앗처럼 간직
[불교신문 2024.07.18.]
업이라고 하는 우리 삶의 흔적이 어디에 있는가? 어딘가에 있으니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겠는가? 이런 의문으로 시작해보자.
사람들은 안식(眼識),이식(耳識),비식(鼻識),설식(舌識),신식(身識),의식(意識) 등 6식은 안다. 물론 무의식도 생각할 수 있다. 6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 무의식을 생각할 것이다. 불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선 6식의 중요한 특징을 살펴보자. 바로 6식은 끊어질 때, 즉 일어나지 않을 때가 있다. 가령 깊은 잠에 빠졌을 때, 기절했을 때, 깊은 선정에 들었을 때, 등등. 다양한 마음을 추론하는 데는 6식의 이러한 특징이 참으로 중요하다.
우선 몸을 살펴보자. 오늘날 자연과학의 영향으로 뇌, 신경세포, DNA 등을 언급한다. 그중 모든 정보는 뇌에 저장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연 장담할 수 있을까? 우선 전생과 내생 등 윤회를 믿는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뇌는 물질로서 죽으면 다음 생으로 연결되지 않으므로 윤회는 설명되지 않는다.
윤회를 믿지 않는 경우는 어떨까. 이 경우 특히 뇌에 모든 정보가 저장된다고 주장한다. 과연 장담할 수 있을까? 뇌에 정보가 있다고 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실험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령 뇌의 어느 부위를 조작했을 때 언어 행위가 일어나지 않으면 그 부위가 언어 기능을 담당한다고 본다.
물론 그 실험으로 그 부위가 언어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고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부위에 언어와 관련된 정보가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가령 TV를 보다가 기계 장치에 이상이 생겨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기계 장치에 소리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뇌를 자극하여 특정 기억이 떠올랐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극받은 뇌가 특정 기억과 관련은 있겠지만 그 뇌에 특정 기억 정보가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특히 뇌가 85% 이상 없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어떻게 되겠는가.
저장된 것이 확실한데, 몸이라고 하자니 아닌 듯하고. 이에 마음을 살펴보자. 그런데 6식은 깊은 잠, 기절 등에서는 일어나지 않으므로 삶의 흔적을 간직할 수 없다. 마치 작동하다가 말다가 하는 냉장고에 음식을 둘 수 없는 경우와 같다. 6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차원의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윤회를 받아들이는 경우라면. 부파불교 당시 스님들도 고민하였다. 그리하여 6식 이외에 그 무엇을 상정하고 근본식(根本識), 유분식(有分識), 궁생사온(窮生死蘊) 등이라 이름하였다.
대승불교인 유식에서는 경전에 근거하여 제8식을 등장시켰다. 제8식을 지칭하는 여러 이름이 있다. 그 하나가 아뢰야식이다. 인도말 알라야(laya)의 음역이다. ‘저장하다’는 뜻이 있으므로 장식(藏識)이라 번역한다. 삶의 흔적을 저장한다는 의미다. 또 다른 이름은 일체종자식(一切種子識)이다. 삶의 흔적을 종자, 씨앗으로 표현한다. 제8식이라는 마음 창고에 지난 삶의 흔적(업, 정보)이 씨앗처럼 간직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