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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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교리 산책 (목경찬) 26. 내가 보는 세상은 내 마음이 만든 세상이다

작성자
hhhh
작성일
2025-12-23 20:56
조회
29


26. 내가 보는 세상은 내 마음이 만든 세상이다


[불교신문 2024.07.16.]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을 보통 ‘마음먹기 나름이다’라고 이해한다. 여기서 ‘마음먹기 나름이다’라는 말은 명확하지 않다. ‘마음먹은 대로 세상을 만든다.’, ‘마음먹은 대로 상황이 변화한다.’, ‘상황이 어떻든 마음만 잘 다스리면 된다.’ 등등. 그때그때 적용하는 내용이 다르다. 그렇지만 이 말을 할 때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하여 이야기한다. 그런 가운데 신비주의적 생각이 마음 한쪽에 있기도 하다. 가령 마음을 다스리면, 깨달음을 얻게 되면, 우리가 모르는 세상이 새로 만들어지는, 세상이 열리는, 마음먹은 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 말이다.

‘일체유심조’, ‘만법유식(萬法唯識)’은 글자 그대로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든다’, ‘모든 법은 오직 식(마음)이다’다. 만약 ‘일체’나 ‘만법’을 ‘세상의 모든 것’, ‘삼라만상’, ‘모든 존재’라 풀이한다면, ‘세상의 모든 것(삼라만상, 모든 존재)은 오직 마음이 만든다’가 된다. 이때 ‘세상의 모든 것’, ‘삼라만상’, ‘모든 존재’는 무엇을 말하는가? 실제 산이나 강이나 바다 등을 말하는 것이라면, 마음이 실제 강이나 바다를 만든다는 말이 된다. 이 경우에는 신(神)의 자리에 마음이 들어갔을 뿐, ‘신이 세상을 만드는 것(전변설)’과 흡사한 말이 된다. 그렇다면 신이 세상을 만들면 틀린 말이 되고 마음이 세상을 만들면 맞는 말이 되는가?

‘일체유심조’, ‘만법유식’을 과연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부처님은 전변설과 다른 가르침인 연기법을 말씀하셨다. 따라서 전변설과 일체유심조는 분명히 다른 내용이다. 그런데 앞과 같이 이해하면 비슷한 내용이 된다. 용어를 어떻게 이해하는가가 중요하다. 같은 용어라도 다른 뜻일 수 있고, 다른 용어라도 같은 뜻일 수 있다. ‘모든 것(一切)’, ‘마음’, ‘만법(萬法)’, ‘만든다’를 어떻게 이해하는가가 중요하다.

연기법은 기존의 사상과 차별이 있기에 연기법을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한 실마리다. 필자는 연기법을 외연기(外緣起)보다는 내연기(內緣起)에 중심을 둔다. 즉 연기법을 세상 만물 간의 관계나 사물과 사물 간의 관계(외연기)보다는 마음 작용 간의 관계(내연기)로 이해한다. 세상을 내가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내가 보는 세상은 세상 그 자체가 아니라 내 마음이 만든(구성한) 세상이다. 세상 그 자체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덧칠한 세상을 인식한다.

가령, 개가 짖는다. 우리는 개가 ‘멍멍’ 짖는다고 하지만, 미국인은 개가 ‘바우와우’ 짓는다고 한다. 같은 개 짖는 소리인데,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것은 각각 개는 ‘멍멍’, ‘바우와우’ 짖는다는 각자의 문화권에서 살면서 그렇게 습득된 내용이 마음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멍멍’ 개 짖는 소리는 실제 개가 짖는 소리가 아니라 개가 짖는 순간 마음이 덧칠한 소리다. 원효 스님의 해골바가지 물, ‘돼지 눈에는 돼지로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으로 보인다’는 무학대사와 이성계의 일화 등도 그런 예다. 위 ‘습득된 내용이 마음에 저장되어’에서 이 마음은 안식이나 나아가 의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승불교인 유식(唯識)에서는 제8식 아뢰야식이라 한다. 다음 글에서 언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