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한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부처님 당시에 세상은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대한 견해는 크게 두 가지였다. 바로 전변설(轉變說)과 적취설(積聚說)이다. 간단하게 살펴보면 이렇다.
전변설은 절대자가 세상을 만든다는 견해다. 이는 정통 바라문의 사고다. 자아와 세계는 유일한 브라흐만(범梵)에서 흘러나와 생겨났다는 견해다. 오늘날 하나님이 세상을 만들었다고 보는 사고로 이해할 수 있다. 적취설은 절대자를 인정하지 않고 상주하는 개개의 요소가 모여 자아와 세계가 성립한다는 견해다. 당시 새로운 수행자들(신흥사문新興沙門)의 사고다. 세상은 유일한 절대자가 만든 것이 아니라 지수화풍고락생명 또는 지수화풍허공득실고락생사영혼 등의 여러 요소가 모여서 생겨났다는 견해다. 원소들이 모여서 세상이 이루어져 있다고 보는 오늘날 자연과학의 사고로 볼 수 있다. 물론 적취설에는 고, 락, 생, 사, 영혼 등의 정신적인 요소도 있다.
이 두 견해와 달리 부처님은 연기법을 말씀하셨다.불교에서는 유일한 절대자도 인정하지 않고, 상주하는 요소도 인정하지 않는다. 연기법을 보통 상호관계성으로 이해한다. 연기법을 이해시키고자 부처님은 사성제(四聖諦), 삼법인(三法印), 오온(五蘊), 십이처(十二處), 십팔계(十八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만법유식(萬法唯識) 등 다양한 가르침을 펼쳤다. 이러한 다양한 부처님 가르침은 앞서 언급한 전변설적취설과 다른 가르침이라는 것을 그 가르침 속에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부처님 가르침을 접하는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가 문제다. 어쩌면 우리는 불교 교리를 접하고서는 부처님 가르침을 이해한 듯 이야기하고 있지만, 오히려 부처님이 비판하셨던 다른 사상이나 주장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필자도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고, 다른 이들에게도 그렇게 이해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예를 들면, 적취설로 이해하기 쉬운 가르침이 오온, 십이처, 십팔계 등이다. 즉 자아와 세상은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으로 이뤄진다고 보는 오온설,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와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으로 이뤄진다고 보는 십이처설, 안이비설신의와 색성향미촉법과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식(意識)으로 이뤄진다고 보는 십팔계설 등이 그렇다. 특히 오온에 대한 이해가 더욱 그렇다. 본인은 오온설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이야기하는 내용은 적취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예를 들면, 전변설로 이해하기 쉬운 가르침이 일체유심조, 만법유식 등이다. 이 경우에는 다양한 이해를 접하게 된다. 만든다고 할 때, 이 세상 자체를 만든다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그렇게 인식한다는 것인가 등등 다양하게 이해가 있다. 한편 절대자가 이 세상을 만들면 틀리고, 마음이 세상을 만들면 옳은가 하는 의구심도 일어난다. 즉 일체유심조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이야기하는 내용은 전변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하는 의구심이다. 이러한 의구심을 가지고 불교 교리 산책을 이어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