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교설이나 이론을 부처님가르침으로 인증하는 도리
[불교신문 2024.05.31.]
“무상하고, 괴롭고, 무아다. 모든 것을 멸하면 곧 열반이다.”
법인(法印)은 어떤 교설이나 이론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인증하는 도리다. ‘인(印)’은 인증, 증명의 뜻이다. 이에 세 가지 도리인 삼법인이 있다. 어떤 교설이나 이론이 삼법인의 내용에 맞으면 부처님 가르침이고, 맞지 않으면 부처님 가르침이 아니다.
그런데 이 삼법인의 세 가지 도리는 북방불교와 남방불교에 차이가 있다. 남방에서는 ‘제행무상(諸行無常), 일체개고(一切皆苦), 제법무아(諸法無我)’, 북방에서는 ‘제행무상, 제법무아, 열반적정’을 삼법인으로 정리한다.
남방에 전해지는 경전인 니까야에는 “무상한 것은 괴롭다. 괴로운 것은 무아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반면 북방에 전해지는 <잡아함경>에는 “무상(無常), 고(苦), 공(空), 비아(非我)”, 또는 “모든 행은 무상하고, 모든 법은 무아며, 열반은 적멸하다(一切行無常 一切法無我 涅槃寂滅)”는 구절이 나온다. 그리고 한역 율장인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9권에는 “모든 행은 모두 무상하고, 모든 법은 모두 무아며, 적정은 곧 열반이다. 이를 삼법인이라 한다”는 말씀이 있다. 용수보살의 <대지도론> 제32권에는 “부처님은 세 가지 법을 법인이라 하셨다. 이른바 일체유위법무상인(一切有爲法無常印), 일체법무아인(一切法無我印), 열반적정인(涅槃寂靜印)”이라는 구절이 있다.
또 북방에서는 삼법인에 일체개고를 합쳐 사법인(四法印)이라 한다. <증일아함경>에는 네 가지 가르침(사법본말 四法本末, 사사지교 四事之敎)으로 “일체행무상(一切行無常), 일체행고(一切行苦), 일체행무아(一切行無我), 열반위멸진(涅槃爲滅盡)”을 언급한다. 특히 <증일아함경> 제23권 증상품에서는 “죽음을 면하고자 하면 마땅히 네 가지 법의 근본(사법본,四法本)을 생각하라” 하며 위 네 가지를 언급한다. 그리고 대승경전인 <대승보살장정법경> 제7권에는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통틀어 네 종류의 법인(사종법인, 四種法印)으로 일체의 법을 포섭하신다” 하면서 “제행무상(諸行無常), 제행시고(諸行是苦), 제법무아(諸法無我), 열반적정(涅槃寂靜)”을 열거한다.
북방불교에서 정리하는 삼법인이든, 사법인이든 그 항목에 열반적정이 들어간다. 삼법인에서 ‘무상’과 ‘무아’에 ‘고’의 내용이 이미 포함되기 때문에 일체개고를 제외하고 대신 열반적정을 넣는다. 고는 범어 두카(dukkha)로 불안정하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 의미는 무상과 무아에도 담겨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삼법인 혹은 사법인에 열반적정이 들어가는 것은 ‘모든 법을 포섭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즉 앞의 항목인 ‘제행무상, 제법무아, 일체개고’는 집착과 분별로 살아가는 중생의 모습을 중심으로 하는 가르침이라면, ‘열반적정’은 집착과 분별을 내려놓은 깨달음의 세계를 중심으로 하는 가르침이다. 물론 제행무상, 제법무아, 일체개고의 가르침을 듣고 실천한다면 열반적정으로 나아가므로 그것으로도 모든 법을 포섭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인에 열반적정을 포함함으로써 ‘집착과 분별의 세계’와 ‘깨달음의 세계’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