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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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교리 산책 (목경찬) 18. 어리석음으로 집착하기에 괴로운 것이다

작성자
hhhh
작성일
2025-08-29 20:28
조회
177


<18> 어리석음으로 집착하기에 괴로운 것이다


[불교신문 2024.05.21.]


일체개고(一切皆苦)를 삼법인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세상은 무상한 것이고 제행무상(諸行無常), 나(자성)라고 할 것이 없으므로 제법무아(諸法無我), 모든 것은 괴로운 일체개고(一切皆苦)이다.” 또는 “세상은 무상한 것이고 나라고 할 것이 없다. 그런데 무명(無明), 즉 어리석음으로 모든 것이 항상 있다거나 나 또는 실체가 있다고 집착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또는 “세상은 무상한 것이고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이고, 괴로운 것이기 때문에 나라고 할 것이 없다. 즉,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다.”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하기도 한다. “지혜가 없어 괴로운 것이지, 지혜를 얻으면(깨달으면) 세상을 바로 보기 때문에 괴로울 것이 없다.

위 내용을 요약하면, ‘세상이 무상하기 때문에 괴롭다.’다. 그런데 의문이 있다. 미리 말하자면, 이때 문제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달려 있다.

무상하기 때문에 괴롭다고 한다면, 괴로움이 없게 되면 세상은 무상하지 않게 되는가?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않다. 경전에 언급한 극락도 무상하다. 또 지혜를 얻게 되면 괴로움이 없게 된다고 하는데, 지혜를 얻게 되면(깨닫게 되면) 그때는 무상한 세상이 무상하지 않은 세상으로 바뀌게 되어 괴로움이 없게 되는가? 그렇지 않다. 깨닫게 되더라도 세상은 여전히 성주괴공(成住壞空)의 과정을 거친다. 지구는 돌고, 계절은 바뀐다. 옆에 있는 사람도 결국 죽고, 옛날의 원수도 만날 수 있다. 깨닫게 되더라도 세상은 무상하다. 세상이 무상하므로 괴롭다고 한다면, 깨닫는 이가 사는 세상도 무상하니 깨닫는 이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혹 이러한 의문에 대해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다. 세상은 무상하지만, 지혜를 얻게 되면 세상이 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집착하는 마음이 없으므로 괴롭지 않다. 그런데 이 주장대로라면, 세상이 무상하므로 괴로운 것이 아니라 어리석고 집착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 된다. 즉,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그 세상을 보면서 이렇다 저렇다 헤아려 자신과 맞지 않기 때문에 괴롭다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측면에서 부처님 말씀을 살펴보아야 한다. 생각해보면, ‘세상 자체’는 괴로운 것도 즐거운 것도 아니다.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그런데 내가 분별한 세상을 실체화시키고 절대화시켜 놓고, 또 그것을 이렇게 저렇게 분별하여 온갖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삼법인 등에서 말하는 제행, 제법, 일체는 ‘세상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으로 이해한 세상’이다. ‘제행(諸行)’은 내 마음으로 이해한 세상을 ‘마음 작용인 행(行)’의 측면에서 나타낸 것이고, ‘제법(諸法)’은 내 마음으로 이해한 세상을 ‘내 마음으로 이해한 세상인 법(法)’의 측면에서 나타낸 것이다. ‘모든 것(일체)은 괴롭다’에서 ‘모든 것’은 세상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으로 이해한 세상’이다.

고는 단순한 괴로움이 아니다. 고는 범어 두카(dukkha)로 불안정하다는 의미가 강하다. 온갖 분별 망상으로 집착하며 살아가는 삶, 마음대로 안 되니 얼마나 불안정하겠는가. 자신이 붙잡은 삶, 하나를 내려놓으면 만사가 편안한데, 그 집착 때문에 윤회의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