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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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 꽃이 지는데 스님은 절문을 닫아 건 지 오래고

작성자
hhhh
작성일
2018-08-10 00:08
조회
2881

화락승장폐 花落僧長閉


춘심객불귀 春尋客不歸


풍요소학영 風搖巢鶴影


운습좌선의 雲濕坐禪衣



꽃이 지는데 스님은 절문을 닫아 건 지 오래고


봄을 찾아온 나그네는 돌아갈 줄 모른다.


바람은 둥지에 앉은 학의 그림자를 흔들고


구름은 좌선하는 스님의 옷깃을 적신다.



(청허 휴정스님의 말씀입니다)








 


“스님께서 옛 절을 지나면서 읊은 시입니다. 폐사에 가까운 절에 머물면서 지은 것 같습니다. 여기에 절 문을 닫아 건 사람도 청허 스님 자신이고, 돌아갈 줄 모르는 나그네도 청허 스님 자신이며, 좌선하는 승려도 청허 스님 자신입니다. 늦은 봄인가요. 흐드러지게 피었던 꽃들은 하염없이 뚝뚝 떨어지고 있고 봄을 찾아 나섰다가 이곳까지 왔지요. 그리고는 그냥 그 곳에 눌러앉아 돌아갈 생각을 잊고 있습니다. 갈 곳도 없고 갈 필요도 없습니다. 마음이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았습니다. 작은 바람결에 둥지 위에 앉은 학의 그림자가 흔들리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선심이 얼마나 적정한 곳에 이르렀으면 이럴 수 있겠습니까. 구름이 스쳐간 스님의 누더기에 습기가 살짝 배어 있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