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8 여기에 한 물건이 있다..
여기에 한 물건이 있다.
이름과 형상이 없으나 고금을 꿰뚫고 있으며
하나의 먼지 속에 있으나
동서남북과 상하를 모두 에워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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唯一物於此 (유일물어차)
絶命相貫古今 (절명상관고금)
處一塵圓六合 (처일진원육합)
∴ 금강경오가해에서 함허 스님 말씀입니다.
금강경오가해의 서문 첫 구절이다.
여기에 한 물건이 있다니 무슨 물건인가.
자고 일어나서 어제 분별했던 것을 다 분별하고,
춥고 따뜻한 것을 다 알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고 하는 이 물건이다.
본래는 이름이 없다.
물론 형상도 없다.
그러나 온갖 이름을 다 지어 부른다.
진여니 불성이니 마음이니 한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말이 제일 근사하다.
한 물건이라는 말도 제법 괜찮다.
그래서 조사스님들은 곧잘 쓴다.
모양이 없다고는 하지만
모양을 그려 보일 수도 있다.
세존처럼 꽃을 들어 보일 수도 있고,
자리를 반으로 나눠서 앉아 보일 수도 있고,
곽 밖으로 발을 내 보일 수도 있고,
신발 한 짝을 들고
인도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그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바로 지금 기침을 해서 보일 수도 있다.
아니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 이 모습 보여 줄 수도 있다.
이 물건은 꽤나 오래된 물건이다.
국보가 아니라 세계의 보배고 인류의 보배다.
천지보다 먼저 있었다.
그리고 천지보다도 나중까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크기는 좀 큰가.
우주보다도 크다.
작기로 말하면 인허진(隣虛塵)보다도 더 작다.
인허진은 불교에서 물질의 최소단위를 말한다.
아무튼 이 한 물건은 한마디로
기기묘묘하고 불가사의해서 설명을 하면
오히려 사실과 멀어진다.
(무비스님 해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