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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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주 : 하루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시간 (법정스님)

작성자
hhhh
작성일
2021-05-06 21:48
조회
693
 

지난 10월 중순에 겪었던 일이다. 흙벽돌 찍는 일로 오후 늦게 이천에 있는 이당 도예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 날은 맑게 개인 상쾌한 가을 날씨였다. 방금 해가 넘어간 뒤라 도로의 차들은 미등을 켜고 달리는 그런 시각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갠 하늘, 그 하늘빛이 너무 고왔다. 어둠이 내리기 직전,석양의 투명한 빛이 산자락과 능선을 선명하게 드러나게 했다. 부드럽고 유연한 그 산의 능선이 마치 우주의 유장한 율동처럼 느껴졌다. 

언뜻 보니 산등성이 위에 초이틀 초승달이 실낱같이 걸려 있었다. 능선 위에 펼쳐진 하늘빛은 고요와 평화로 물들어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노을빛은 점점 희미해지고 어둠이 내려 이제는 산의 윤곽도 검게 굳어져 초승달의 자태는 더욱 또렷하게 드러났다.  

여기저기서 어린애 눈망울 같은 초저녁 별이 하나둘씩 돋아나기 시작했다. 언뜻언뜻 이런 풍경을 차창 밖으로 바라보면서 서쪽으로 달려온 길이, 그 날 하루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시간을 나에게 가져다 주었다.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