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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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주 : 여자친구에게 주려고요 (법정 스님)

작성자
hhhh
작성일
2023-03-31 23:37
조회
210
 

며칠 전 한 친지의 병문안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서 였다.

주택가 한쪽에 잔디밭이 있었는데 대여섯 살 된 사내아이가 토끼풀을 뽑아 한 손에 가지런히 들고 있었다. 그 아이의 모습이 하도 귀여워 다가가서 물었다. “누구에게 주려고 그러니?” “여자친구에게 주려고요.”

이 말을 듣고 그 애가 너무 기특해서 그 곁에 쭈그리고 앉아 “나도 여자친구에게 줄 꽃을 꺾어야겠네” 하고 토끼풀을 뽑았다.

한 주먹 뽑아 들고 일어서니 내 토끼풀에는 꽃이 없다며 자기가 뽑아 든 꽃에서 세 송이를 내게 건네주었다.

유치원생 또래의 아이가 여자 친구한테 주기 위해 토끼풀을 뽑고 있던 그 모습이 요 근래 내가 마주친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다. 내가 뽑은 토끼풀에는 꽃이 없다고 자기가 뽑은 꽃을 내게 나누어준 그 마음씨도 너무나 착하고 기특했다.

이런 아이들이 세상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곱게 자란다면 이 땅의 미래도 밝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