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살던 절에 들러 내가 심어 놓은 나무들이 정정하게 자란 것을 볼 때마다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들의 말 없는 반김은 가슴으로 스며든다.
허공으로 높이높이 자라 오른 우둠지를 바라보고 줄기를 쓰다듬고 팔을 벌려 안고서 얼굴을 부비기도 한다. 그러면 내 가슴이 따뜻한 기운으로 차오른다.
이 따뜻한 기운은 나무가 내게 건네주는 온기일 것이다. 이 터전에서 사람들은 세월 따라 오고가겠지만 나무들은 의연하게 이 자리를 지킬 것이다.
내가 이 땅에서 사라진 뒤에도 심어 놓은 나무들은 정정하게 서서 내 그림자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 (법정 스님)